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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계기

마포중앙도서관의 강연 프로그램을 한 번 들었더니 큰 행사가 있을 경우 문자로 소식이 오더군요.

8월 책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공간의 격차, 빈부의 격차 그리고 미래의 격차'가 끌렸습니다

 '열 평짜리 공간' 이창민 작가와의 만남
 공간이 주는 빈부와 미래에 대한 초격차···
 공간에 대한 고민과 아픔 그리고 걱정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합니다

라고 되어 있는데 아파트값 폭등, 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가 한참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간 뒤라 관심이 갔죠.

그렇지만 전날 다른 강연을 듣기로 해서 시간을 연속으로 할애하기가 힘들어, 강연자의 저서를 읽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이창민 작가는 국내 최초 SNS 작가이며 사단법인 SNS 문화진흥원을 창립하여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SNS로 올린 글을 통해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주목받아 책을 내게 되는 것이 SNS 작가로 알고 있는데 그가 그러한 첫 사례라는 것인지, 이창민 작가의 수식어 'SNS 작가 1호'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정확한 설명이 없네요. 

어쨌든 책이지만 문체가 누군가에게 말하듯 쓰고 쉽게 써진 것이 특징이었고

많은 SNS 작가들이 알맹이 없는 감성, 뻔한 내용을 쓰는 것이 단점이라는데

이분은 자기 경험과 접목하여 고유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까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제시하는 알찬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작가의 주장

저자는 자신이 독거 청년이라고 합니다.

독거노인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독거 청년이란 말은 생소한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대다수가 된 1인 가구의 한 유형이죠. 그런데 독거**’란 수식어가 붙었을 때 단어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영세함도 그대로입니다.  

작가는 주거 공간이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그렇기에 주거의 불안정성이 삶의 불안정과 이어진다고 합니다. 

본가에서 독립한 대다수 젊은이가 원룸식의 협소한 주거 공간을 선택하며 그나마 전세나 월세로 계약 기간 종료와 더불어 부득이 잦은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쾌적함과 거리가 멀게 옹색하며 불안정한 공간의 서러움을 저자는 '열 평짜리 공간'이라는 단어에 함축했습니다.

 

◇주거 공간은 우리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가 되는 경제적 격차의 시작점이며

◇미래세대들은 내 집 마련, 공간 격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혼과 출산이 꺼려지고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가치를 만드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벌어지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거 공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마치 더 앞선 곳에서 출발하는 듯한, 더 상위 레벨에서 활동하는 듯한 이점과 든든함이 있습니다.  공간 격차에서 하위인 사람은? 당연히 반대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렇듯 주거 불평등과 불균형은 사회 문제를 복합적이고 고질적으로 만드는 큰 원인 중의 하나이기에

작가는 1 1집이라는 주거 기본권을 경제력과 상관없이 보장하는 방법을 마련하자고 주장합니다.

당위성으로 '사람이 공간에서 안정을 얻으면 심신 안정과 인생에서의 안정을 빨리 찾아 더 안정적이고 진취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게 된다. 오감에 맞닿는 성장과 변화가 있어야 사람은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행복해한다. 그런 성장과 변화가 사람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성장과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1인 가구 공간 또는 부동산에 대한 감성이 가장 필요하다.'를 내세웁니다.

 

1인 1집 주거권을 통한 해결방안

1)    공간에 대한 파일럿이나 프로젝트를 지자체 또는 소단위로 시도해 보는 방법. 다양하게 시도하여 가장 나은 버전이나 프로젝트를 발굴해 전국의 공공 정책을 제도화하여 활성화하자.
2)    직접 경험하거나 실행해보기 전에 가상 또는 시뮬레이션으로 프로그램을 변혁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

▶주거와 공간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변혁해야 할 가치임을 알자.
▶부동산을 비롯해 공간에 대한 공동체 의식, 미래세대를 위한 관심과 노력을 갖자.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축적한 부를 계속 대물림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에서 점유율의 변혁이 없기 때문인데 이것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자산 또는 시장으로 나눠서 조금씩 해결해보자.

▶디지털 미래에 디지털 공간, 디지털 경제에서 젊은 층 혹은 기존의 기득권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새로운  미래세대 가치 창출을 기대한다.

 

작가가 원룸에서 살며 겪게 되는 현실적 고뇌와 어려움을 거쳐 숙성시킨 대안을 펼친 것이라 절절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주거 공간, 주거 환경은 사람의 삶의 질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거 안정이야말로 사람이 성장하고 더 발전할 원동력을 얻는 기본이 된다는 작가의 주장에도 크게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의 가치가 실제와 괴리되어 너무 올라 있어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안정적인 삶을 위한 내 집 마련이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 역시 누구나 동의합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거권으로 1인 1집이 주어지고

그것의 바탕 위에 자신의 노력과 취향에 따라 더 좋은 주거 환경을 꿈꾸고 레벨 업시키는 것이 참으로 이상적으로 들립니다. 공공주택, 청년 주택, 임대주택 확대 정책과도 맞물릴 텐데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도하여 성공 사례를 만들고 확산해가자는 주장도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관련 소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는데 '열 평짜리 공간' 이 책 안에 별지로 들어있습니다.

생각나는 또 다른 사람2021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주거권, 공간에 대한 본질적 물음과 맞닥뜨리니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했던 2021 오늘의 작가상 4인의 수상자 중 한 분이었던 최찬숙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는 '정주하고 있지 않은, 정주하지 못하는 이주자의 이야기, 밀려남에서 오는 개인의 상실, 공동체의 상실'에 관해 꾸준히 작품 활동해 왔다고 합니다.

2021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은 그간 해오던 땅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토지 소유에 관한 이야기, 땅을 언제부터 개인이 속하게 되었는지 과연 땅은 소유가 가능한 존재인지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땅—몸—소유에 관한 고찰

 

코로나 자가격리가 준 체험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공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깨닫고 질문합니다.

몸—공간—살아있음에 대한 기준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땅과 몸 자체를 다시 바라봅니다.
이미 현실로 도래한 가상공간과 시스템이 기존의 거대 서사와 물리적인 감각을 어떻게 흉내 내고 실현하게 하려 하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그 사이에서 반복되는 아이러니를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어떤 소유가 진정으로 무게를 갖고 인정되는 소유인가?
땅, 대기, 하늘, 바람……기본적으로 국가나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하기 애매한 것들에 대한 생각.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도 현실의 것들이 가능하며, 여기에서도 땅이 등장하고 땅이 거래되는 현실, 땅은 이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필요한 존재인지.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오늘의 삶이나 과거의 역사나 결과물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찬숙 작가의 질문이 심원하고 작품 '양지리 60호' 사연이 안타까워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토지 소유제-땅을 소유할 권리라는 근대적인 토지 소유 개념의 근거는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는 전제, 내 몸을 써서 발휘되는 노동과 그 산출물도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개념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거래 가능한 상품의 형태가 되는 근거가 되고, 결론적으로 땅에서 몸이 분리되어 땅과 노동이 모두 교환할 수 있는 그런 재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가 더욱더 '땅—몸—소유에 관한 고찰'에 집중하게 되나 봅니다.

 

이상 사회에 대한 고민

북한은 1가구 1집으로 주택이 보장된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고난을 함께 극복해야 하는 상황도 강제적으로 주어지기도 하죠.

말도 안 되는 백두혈통 혈족 승계와 위정자 신격화가 사라지고, 기본권 보장 위에 부의 상승 공간이 커진다면 그도 이상적일 듯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내 집을 준다 해도 그 사회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죠. 배당받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방법도 없을 듯하고요. 

어쨌든 보다 영적으로 진화된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보다 선진화된 공동체 시스템으로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한 생을 살다 가는 동안 잠시 빌려 쓰고 가는 토지와 집에 엄청난 재산 가치가 부여되고 

그 한정된 자원, 아니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인 자원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는 시도할 꿈조차 꾸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은 바뀌어야죠. 

전국 균형발전 또한 집 문제, 결혼 출산 회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열 평짜리 공간> 저자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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