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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 또다시 내 취향을 저격하는 국악+현악 연주가 있어 큰 기대를 품고 선택했다.

결과는

대만족! 

이런 좋은 공연을 한 번밖에 안 한다는 것에 또 아쉬움,

그만큼 귀하고 행운이라는 감사를 절로 하게 된다.

 

우선 국악관현악단이 이렇게 초대형일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얼추 세어보다 100명에 근접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소개도 찾아보고 공연 소개를 다시 보니 

국악관현악과 서양 관현악에 전자 음향까지 결합된 90인조

그래서 '믹스드 오케스트라'란다.

 

5인의 작곡가에게 위촉하여 탄생한 창작곡 다섯 프로그램이 인터미션을 두고 100분간 이어졌다.

신시사이저, 첼로,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일렉트로닉스가 협연하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충돌과 조화>를 다섯 창작곡으로 새롭게 표현했다. 

 

솔직히 그냥 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아니라 전자 음향, 일렉트릭 기타와의 협연에

더 매혹적으로 보여 선택한 이유도 크다. 


Introduction

작곡•라이브 일렉트로닉스: 피정훈

 

정확히 무슨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샤막을 현대식으로 대체한

투명디스플레이에 조명 느낌의 단색 전자 화면들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오케스트라단이 보였다.

미래적인 무대 장치에 국악+서양 관현악기들의 대규모 연주가 펼쳐지고

게다가 중앙의 대형 신시사이저가 리드해가니 

이질적이고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자극을 주었다.

 

투명디스플레이가 걷혀지고 오케스트라의 위용이 제대로 보이며 정식 공연 시작이다.


수제천(壽齊天) RECOMPOSE

작곡: 장석진

 

1부에서 가장 좋았던 곡이다. 

수제천(壽齊天)은 '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고려시대 궁중무고(舞鼓)의 배경 노래인 셈인 '정읍사'를 노래하던 음악이었는데

조선 중기 이후 순수 관악합주곡 또는 궁중무용의 반주곡으로만 쓰인단다.

그래서인지 들어본 듯한 선율인데 신시사이저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더 환상적으로 되었다.

국악 관혁악과 서양 관현악이 총동원하여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압도한다.


첼로 협주곡 '미소(微笑)'

작곡: 최지혜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시기 의료선교사업을 하던 로제타 셔우드 홀 선교사를 기리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 한다.

조선인을 매우 사랑하였다 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최초의 맹학교, 병원, 훗날 의대로 발전하는 의학전문학교를 세웠다. 

첼로의 따듯함과 융화력이 잘 드러났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첼로.

다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때는 너무 소리가 묻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믹스드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Found In Light'

작곡: James La

 

작곡가 James La는 1989년 어머니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는데 

조부모님의 산소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해가 질 때까지 산소 앞에서 땅을 치며 통곡하는 어머니의 우시는 모습이

한국의 강렬한 첫인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를 통한 '거리', '분리'의 느낌을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의 거리에 비례하는 갈망, 나아가 절대자와 더욱 가까워지고픈 열망을

'진도아리랑과 찬송가 'Grest is Thy Faithfulness'를 소재로 삼아 표현했다고 한다. 

 

초월적인 느낌을 기대했는데 조금 난해했다.


일렉트릭 기타 협주곡 '능게'

작곡: 김성국

 

일렉트릭 기타 협연 황린, ITBC 슈퍼밴드2 최종 3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 노래상

이날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곡이다.

나는 누군지 몰랐지만 일렉트릭 기타리스트 황린은

삐쩍 마른 몸에 풀어헤친 머릿결, 기타를 치는 폼새 모두 자유로운 록 아티스트 풍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지휘자이자 이 곡을 작곡하신 김성국님과도 케미가 아주 좋아보였다.

공연 외적인 면에서는 다소 수줍고 어색해하는 듯한 젊은 청년 황린을

김성국님이 격려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느낌이었다.

 

이 곡이 백미가 된 이유는 일렉트릭 기타의 멋진 연주도 있지만

태평소 악단의 넘볼 수 없는 아우라 때문이었다.

 

'능게'는 행진 음악이라는 뜻으로 태평소, 나발 등의 음량이 큰 관악기와 북, 바라 등의 타악기로 편성된다고 한다.

임금 행차할 떄 연주했을 듯한, 우리 귀에도 제법 익숙한 선율이다.

역대급 태평소 소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량이 출중한 수준급 연주가들이 고르고 힘차게 뿜어내는 깔끔하고도 우렁찬 소리

행진 음악의 경쾌함과 웅장함까지.

나는 이날부터 태평소를 경외하기로 했다. 


피아노&일렉트로닉스 협연 '시간의 시작'

작곡•피아노&디지털피아노 협연: 장석진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130억 광년 전의 우주 사진을 보며 영감을 얻어

실시간으로 변형되는 사운드와 국악관현악단의 조화를

우주적으로 표현한 곡이라 한다.

 

작곡가이자 협연자인 장석진님이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를 ㄱ자로 두고 오가며 연주했는데

피아노 세로 길이가 엄청엄청 길어 깜짝 놀랐다. 무슨 브랜드일까?

그런데 정작 초현실적인 이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돋보였던 것은 생황 독주였다.

맑고 고급스러운 음색...

매우 우아하고 고상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였다. 


공연장이 커서 박수 소리가 덜 전달될까 봐 엄청 크게 계속 손뼉을 쳤더니

손바닥이 한참 얼얼할 정도였다.

앙코르도 해 주었는데 역시~  '능게'

우리 인생길도 이렇게 힘차게 행진하자는 생각을 하며 벅찬 감동을 안고 나왔다.

 

어둑해진 광화문 광장에 새로 조성된 LED 대형 스크린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있었고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님을 또 뵐 수 있어 좋았다.

 

마포아트센터에서 관람한

'꼬레아 리듬터치' <#3. 스트링랩소디> 현악 창작연주도 너무나 좋았는데

그때의 소규모로 독주가 돋보였던 공연과 달리

90인조 대규모 연주의 웅장함과 조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다.

큰 북을 치는 후덕한 여성 연주자의 멋진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

자기다운 모습이 가장 멋지다는 것을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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