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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욕구 뿜뿜 일으키는 강렬한 포스터

사람들이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들어갈 만한 이유가 있었다!

1. 이번 달리 전시의 의의: 최초, 3개 미술관 협업, 연대기적 총체적 전시

달리의 원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스페인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7년간 협업하여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 미술관 3개 미술관과 연합한 기획전이라 구성이 알차고

생애 흐름을 따라 당대 미술 및 사상 사조와 거장들로부터 영향받고 교류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 전시되어

달리를 전체적으로 보고 이해하는데 도움 된다.

작품 수는 성에 차지 않았지만 핵심 주제별로 섹션을 나눠 적절한 설명을 붙였고,

루이스 브뉴엘과의 협업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히치콕 영화 <스펠바운드>, 디즈니와 협력하여 만든 애니메이션 <데스티노>,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에서 제작한 <달리의 꿈> 영상까지 볼 수 있어 풍성하고 좀 더 현대적인 전시로 느껴졌다.  

스페인 달리 미술관

인상주의와 입체주의에 영향을 받고, 초현실주의에 몸담고, 2차 대전 등 시대적 혼란 속에 미국 생활을 하고, 미술을 뛰어넘어 다양한 협업 활동을 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국가적 환대와 칭송 속에 살다 간 천재였음을 알 수 있다.

 

2.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달리 작품 세계

1989년에 사망한 그는 의외로 현시대와 가까운 사람이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거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피카소의 큐비즘과 입체주의 화풍을 경배하고 반영했으며, 밀레 만종은 그에게 열등감 비슷한 충격과 불안감을 오랫동안 불러일으켰다고 하고,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아 꿈과 무의식 그 자체를 주제로 삼게 된다.

달리가 미술사 거장들을 뽑아 자신의 기준대로 평점을 매긴 표, 몬드리안에 대한 점수가 무척 박하고 자신에게는 후한 편이다 ^^

거장들에게 나름대로 평점을 내린 표를 보면 깊은 연구와 그들과 견주려는 뛰어넘으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소설가로 치면 문체가 될, 화가의 독특한 스타일-반복되는 그만의 모티브를 알게 된다.

본능과 부패를 상징한다는 개미, 목발, 줄넘기하는 소녀, 흐물흐물하고 모호한 형체와 색감에 담긴 시간 개념의 초월, 해부학적 지식이 담긴 탄탄한 인체 묘사(장기와 허벅지 등).

 

나는 슈가 스핑크스의 신비하면서도 안온한 색감과 줄넘기하는 소녀의 경쾌한 모티브 반복이 좋았다.

 

초현실주의에서는 두 개의 화면이 겹치는 모습 스테레오 스코피 착상과 꿈과 무의식에 대한 표현이 놀라웠다.

좌우 눈으로 한 화면씩 보아 머릿속에서 하나의 화면으로 합쳐진 것이 보인다는데 너무 어렵고 잘 안되더라~

돈기호테적 자유분방함과 르네상스적 과학 종교에 대한 이성적 탐구의 흔적도 볼 수 있고

2차 세계대전에서 핵폭발이 준 불안과 불멸에 관한 생각은 ‘한 물체의 표현은 물리적 해부학적 변형 없이도 묘사될 수 있다’로 표현되었다.

 

나는 죽지 않는다. 또한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나는 모순적이며 모순적인 모든 것이 새로운 삶을 창조한다.

이것이 책과 잡지 표지, 삽화, 디자인, 무대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한, 달리의 생명력 넘치는 창작력의 근원이 된 태도가 아닐까.

 

3. 달리의 개인적 삶

물엿으로 굳힌다는 수염 스타일

달리가 파격과 기행을 보이는 천재가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영향 탓일 수도 있다. 부모는 달리를 보면서도 먼저 태어나 세상을 떠난 형을 내내 가슴 아파하며 떠올렸고, 달리는 부모의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 더 재능있게 활달하게 행동하려 애썼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사랑의 결핍이 주는 영향은 왜 이리 절대적인 것인지…   

 

달리의 뮤즈 갈라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뮤즈로서 예술적 영감을 주고 모델이 되고 사랑하는 대상인 것은 비슷하나

달리가 25세에 10살 연상의 갈라를 만났을 때 그녀는 폴 엘뤼아르와 결혼했고 딸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떠나 달리에게로 왔으며, 신비화된 수동적 뮤즈가 아니라 달리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그녀 자신도 굉장한 야심가에 당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사업 수완까지 겸비해 사업 매니저로서 달리의 세속적 성공을 만들어 준 장본인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갈라는 노년에 들어 달리가 선물해 준 푸볼 성에 거주하면서 다른 젊은 남자 연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굉장한 열정와 끼, 당당함, 복잡함이 담긴 내면이었을 듯하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봐도 세련되고 당당한 아우라가 넘치는 갈라

그에 반해 달리는 여인으로는 갈라 만을 사랑했고 그녀가 죽은 뒤 조금씩 소멸해가다 7년 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갈라도 달리도 죽음은 쓸쓸했다.

 

4. 나에게 울림으로 남은 것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내가 살바도르 달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내가 초현실주의다

이렇게 선언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무한 긍정과 끊임없이 전진하는 시도다.

더 나아지고자? 자신이 추구하는 주제에 대한 집요한 탐구? 어쨌든 그가 행한 자기실현, 자기 초월의 몸짓은 이렇게 빛나는 작품들로 남았다.

 

5. 마무리

조형물이 여인 얼굴이 되는 설치물 포토존(좋은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 찍으려고 꽤 오래 기다렸다 ㅋㅋ) 

입구의 녹색 그림은 색감이 너무나 예쁘니 다들 한 컷씩 남기길 바란다.

편하게 관람하려면 평일 10시 개장하자마자 들어가 천천히 충분히 보고 되돌아 가 한 번 더 둘러볼 것을 권한다. 늦은 점심을 먹겠지만 바로 DDP 건물 안에 맛집들이 있으니...

우리가 선택한 곳은 델리 커리였는데 멋진 관람을 마무리하는 만족스런 식사였다.

델리커리 라코타치즈 샐러드, 삼색 카레, 갈릭 낭

 

사진들은 달리전 공식 인스타그램(@dali_ddp)에서 다수 가져왔다.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다.

https://instagram.com/dali_ddp?utm_medium=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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